GUITAR INSTRUMENTAL
인스트루멘틀리스트로서의 음악성이 십분 발휘된
수작
JENNIFER BATTEN 월간 핫뮤직 2007.11.
지난 89년 기타 전문지 'Guitar'의 편집앨범엔 당대를 주름잡던 하이테크니션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 높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공개하였다. 폴 길버트, 비니 무어, 비비안 캠벨, 블루스 사라세노, 스티브 모즈, 레슬리 웨스트, 제프 왓슨, 버크 다르마, 엘리엇 란달 등 과거와 현재 락 기타의 호화 라인업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히 눈에 들어온 기타리스트는 제니퍼 베튼 이라는 여성 기타리스트였다.
사진제공 Experience | Special Thanks To Masa Kishimoto & Jennifer Batten
[Guitars Practicing Musicians]에서 제니퍼 베튼이 태핑 만으로 리메이크한 존 콜트레인의 고전 'Giant Steps'는 1분37초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그로부터 20년이 가깝게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여운을 지닌 연주이다. 여성 락 기타리스트로는 드물게 연주력을 인정받아 온 제니퍼 베튼은 [Blow By Blow]와 [Wired] 앨범을 전곡 카피할 정도로 제프 벡을 가장 좋아하고, 스티브 모즈, 에디 밴 헤일런, 스티브 바이, 스티브 루카서, 조지 린치 등을 두루 좋아한다. 그녀의 연주에서 보여 지는 다양한 형태의 태핑주법들은 GIT시절 함께 수업을 받았던 오토그래프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린치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의 투어 기타리스트로 활약하던 1992년 동료 중 제프 벡을 아는 사람이 있어, 함께 만난 자리에서 그녀의 시디를 전해들은 제프 벡은 1998년 유럽투어에 사이드 기타리스트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현재까지 제프 벡 과의 음악적 노선은 이어지고 있다.
새 앨범 [Whatever]는 그녀의 인스트루멘틀리스트로서의 음악성이 십분 발휘되어 있는
수작이다. 언뜻 시퀀싱의 다양한 시도들로 인해 스티브 바이의 [Flex-Able] (1984)의 실험정신과 유사한 점이 떠오른다. 또 10곡의
오디오 음원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클립의 DVD가 함께 들어있어, 제니퍼 베튼의 연주세계와 기타 플레이를 공부하기에는 더 없는 중요한 자료이며
그녀만의 태핑 기법들을 공부하기에 많은 비밀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그녀의 연주세계는 80년대 락 기타의 교과서적인 스타일을 고루
갖추었으면서도 사운드 적으로는 현대적인 디지털 방식의 사운드 메이킹과 시퀀싱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부분은 스스로도 중요한 결단이 있었으리라
보여 진다. 밴드 지향적인 음악을 애호하는 매니아들에게 시퀀싱의 범람은 때때로 음악공해를 방불케 하는 요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앨범을 모니터 해보면서 지울 수 없는 점이라면 제프 벡의 영향이 곳곳에 배어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제프 벡의 'The Final Peace' 의 우아한 반면 포효하는 톤과 감성이 그녀의 연주에도 느껴진다. 과도한 딜레이의 더블링과 피치시프터의 펑키한 리듬이 여러 대의 기타연주를 방불케 하며, 블루스 사라세노 스타일의 와와가 사용된 'Ass Whoopin', 데이빗 리 로스 밴드의 'Stand Up'과 흡사한 리듬, 그리고 스페이스락 경향의 펑키 넘버 'Ricochet', 아밍에 의한 멜로디와 제프 벡의 표정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Off The Deep End' 는 특별히 블루스 사라세노 스타일의 화려한 반음계적 디미니시 속주가 압권이다. 스페이스적인 시퀀싱과 포효하듯 찌르는 그녀의 기타속주가 펼쳐지는 메인 타이틀곡 'Whatever'는 샘플링에 의한 더블링 효과와 와와 등이 어우러진 곡으로, 인공적인 느낌이 배제된다면 더욱 완성도 있을 트랙이라 생각된다.
어쿠스틱 코드 톤의 전주로 시작되는 'Fearless'는 오리지널 어쿠스틱 기타연주라기보다는 이펙팅에 의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보여 지는데, 커팅과 코드웍이 타이트하고 상큼한 넘버다. 앨범 중 가장 난해한 트랙이자 실험적인 시도와 태핑이 주를 이루는 'Hooligan's Holiday', 고독한 선율의 연주로서 우울한 회색 빛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 O.S.T.로 쓰여도 좋을 듯한 'In The Aftermath'은 'Ass Whoopin' 과 함께 앨범의 백미 라 생각 든다. 이어지는 'Run With It'은 아밍에 의한 리듬의 변화가 다양한 트랙. 이국적이고 독특한 리듬에 리버브가 상당히 배제된 내추럴한 기타 톤이 인상적인 'Cupid's Arrow', 불협음에 의한 실험적 요소가 반영된 'Inner Journey'는 이펙트의 다양한 사용법이 기타리스트 지망생에겐 이펙트의 효과를 공부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평균 8~10시간 여 연습을 해 온 제니퍼의 연주는 대부분 태핑을 전면에 내세운 하이테크 연주를 구사하며, 펜타토닉 스케일 주체의 블루지한 연주를 구사할 경우 아밍 등으로 독특한 뉘앙스를 주어 그 멜로디의 한계를 넓혀가기도 한다. 또한 개성 있는 색감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그런 연유에서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단순히 하이테크 연주로만 보기보다는 토닉(Tonic)을 중시하는 블루지함이 더욱 많이 내재된 연주라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아카데미스트로서의 활약상도 다대한데 79년 자신이 입학했던 4년제 기타 기술과정 GIT(Guita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워크샵을 갖기도 하였으며 일본의 'Jikei School'에서 최근까지 기타를 강의하기도 하였다. 세계적으로도 여성 기타리스트는 이렇다 할 어필을 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재까지의 락 비즈니스였으며, 오래 전에 데뷔한 제니퍼 베튼도 명성에 비해 그 실력을 크게 인정받고 있지 못한 점도 사실이다. 마이클 잭슨의 투어 기타리스트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녀를 단순히 여성 세션 기타리스트로서가 아닌 락 기타의 춘추전국시대라 일컬어지는 80년 중,후반에 등장한 수많은 기타리스트들 중에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뛰어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더 많은 애호가들이 기억해 두길 바라마지 않는다.
Whatever (2007) 해외발매 Experi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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