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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핫뮤직

Casiopea 공연취재

by GUITAR STORY 2013. 10. 7.

 

월간 핫뮤직 2006.8월호

 

 

숨이 차오르는 더위가 온몸을 엄습 하던 지난 6월28일은 각별한 날이었다. 그것은 평소부터 보고싶었던 일본의 퓨전 그룹 카시오페아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그들의 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전영혁의 음악세계' 원년도 방송분 중에 (Twilight Solitude)란 곡을 듣고나서 부터이다. 그 곡의 도회적이고 쓸쓸한 멜로디는 당시 락과 헤비메틀을 주로 듣던 필자에게는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린 감흥을 갖게 만들었으며 훗날 알게 된 것 이지만 그 연주는 이론적으로 접하기 쉬운 일반적인 재즈 코드라기 보다는 키보디스트 미노루 무카이야의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감각적인 코드워크 임을 알게 되었다.

 

마치 포커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얀 애커만의 말처럼 "감정적 또는 주관적인 것은 연주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는 말에 부합되는 것 일런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것이 친화에 힘쓰는 반면 주관적 감정적인 것은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연주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더욱 많은 그들의 음악들을 접하게 되면서 카시오페아 사운드를 표현해 준 (I Love Newyork) (Make Up City) (Long Term Memory) (What Can't Speak Can't Lie) (Set Sail) (Sentimental Things) (Tokyo Sunset)등에 이르기 까지 한폭의 수채화 처럼 맑고 투명한 그들의 사운드를 찾을수 있었고 드러어 아키라 짐보의 언급대로 이들은 음악의 장인들이자 모두가 악기를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듯 했다.

 

공연장에서는 이미 2시간여 전 도착해 모여있는 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연주를 하는 뮤지션들이 많이 보일것이라는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일부가 악기등을 들고 온 것을 제외하고 직장인들과 음악 매니아들이 더욱 많은 듯 했다. 그들은 연령층이 다양했으며 대체로 단정한 차림의 관객들이 많다는 점은 락 공연장 과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 내었다. 공연 10여분 전 공연장 실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전면에 보이는 무대 중앙에는 여느 공연과 다르게 두대의 드럼세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1979년 'Casiopea'를 발표한지 27년만에 통산 40번째 앨범 [Signal]에 촛점을 맞춘 공연답게 더블 드럼의 위용은 이날의 공연을 설레이게 만드는 시각적인 효과로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뒤 이어 무대위로 멤버들이 등장하고 하이테크 베이시스트 나루초(요시히로 나루세) 의 슬랩으로 시작되는 이들의 공연은 (Halle) (Looking Up) (Galactic Funk) (Take Me) (Mid-Manhattan) (Akappachi-Ism) (Ihilani) 등 비교적 80~90년대에 발표되었던 그들의 히트곡들이 오프닝을 장식해 주었다. (Galactic Funk)에서는 원곡과 다르게 이세이 노로의 기타 슬랩 주법을 보여주었으며 이어지는 트윈드럼의 대화하는 듯한 배틀이 시작되기도 했다.

 

팀의 리더이자 작곡의 대부분을 맡고있는 기타리스트 이세이 노로는 어릴때 꿈이 화가와 마술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가 뮤지션으로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 시기는 사춘기 무렵 여러 밴드들의 음악을 접하면서 부터 였으며 그는 음악이라는 형태를 빌려 그림 혹은 마술을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노로의 (Take Me) 에서의 클린톤은 조패스의 재즈기타 연주를 듣는 듯 우아한 솔로를 들려주었다. 키보디스트 미노루 무카이야는 [20Th Anniversary Live] 인터뷰 에서 카시오페아의 사회자로서도 행복해 한다고 했었는데 이날 공연 역시 그는 유창한 어투로(?) 한국말을 구사하는등 자칫 지루할수 있는 인스트루멘틀 공연에 활기를 주었다. 그는 매 연주마다 박자를 센다기 보다는 음악속에 빠져있는 듯 한 발 박자와 표정은 오래동안 기억에 남았다. 또한 한 사람이 치는 듯 대결구도가 아닌 안정적이고 화려한 트윈 드럼의 아키라 짐보와 노리다케 히로유키의 연주는 서커스를 보는 듯 그 자체 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공연의 중반부 부터는 [Signal]에 담긴 신곡 위주로 선곡이 되었는데 예전에 비해 팀 사운드에 그루브가 가미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1990년 [The Party] 앨범부터 합류하게 된 베이시스트 요시히로 나루세의 영향력이 팀 컬러에 반영되어 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든다. 그는 72년 'Smoky Medicine'와 75년 'Mari Kaneko & Bux Bunny' 등의 그룹에서 80년대 무렵까지 활동 해 왔으며 81년 첫 솔로 앨범 [Mythtique]를 위시해 6장의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이 외에도 리 릿나워(기타), 죠지듀크(건반) 등 과의 공연을 비롯해 일본내의 유명 뮤지션들인 Takahiro Matsumoto / Kenji Kitajima 의 기타 프로젝트 앨범 [Early Takes]에서 일본의 존 로드라 일컬어지고 있는 키보디스트 마스다 타카노부와 프로그레시브 그룹 'Sense Of Wonderland'(SOW) 의 키보디스트 난바 히로유키등과 함께 참여해 락적인 필의 베이스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공연에서 보여준 나루세의 놀랄만한 베이스 솔로는 그런 그의 음악적 여정이 함축되어 있으리 만큼 음악성과 하이테크가 한데 어울어진 묘기 대행진을 방불케 했다.

 

16비트 리듬의 스피디한 슬랩으로 시작되는 이날의 솔로는 자신의 보이스와 더불어 아키라 짐보, 노리다케 히로유키의 드러밍과 함께 리듬의 종합선물 상자를 선사했다. 그의 솔로가 끝나자마자 모 평론가는 동양의 전설로 남을 만한 슬랩의 최고 베이시스트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0여분에 이르는 그의 솔로는 전작 라이브 실황 [20Th Anniversary Live]를 통해서도 82년 무렵 배틀 파트너로 연주해 온 前 카시오페아의 베이시스트 테츠오 사쿠라이와의 20여분 가까운 배틀에 비한다면 딜레이를 이용한 더블링 효과등 이펙팅의 사용빈도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표출했던 연주였으며 1996년 [A Show of Hands]를 들고 나타난 하이 테크니션 빅토우텐과 견줄만한 슬랩의 달인으로서 그 경지를 보여주었다.

 

중반부에 기억에 남았던 곡은 (Will You Love Me Tomorrow)로서 무카이야의 어쿠스틱 피아노 톤이 메인스트림 재즈 터치로 시작되며 이세이 노로가 발표한 두장의 플렛리스 기타 솔로음반 [Light Up]과 [Under The Sky]에 투영된 감성적인 연주에서나 들어봄직한 발라드로 표현되었다. 필자의 주관으로는 플렛리스 의 아득한 톤이 어울릴것 같은 코드 진행인데 전기 기타로 어떡게 표현할지에 대해 의아해 했지만 노로는 패달을 이용해 볼륨주법을 적절히 사용하며 피킹의 액센트 보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듯 멜로디를 연주해 주었다. 특별히 이 아름다운 곡을 드러머인 아키라 짐보가 작곡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카시오페아 초기에 팀의 리더인 노로군이 멤버 전원에게 곡을 작곡해 오란 말을 듣고 처음엔 멜로디 악기가 아닌 드러머에게 곡을 만들어 오라니 리더가 좀 이상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집에있던 통기타로 곡을 만들게 되면서 작곡에 재미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드럼 플레이가 주요 파트이지만 작곡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며 노로에게 감사해 했다. 노로의 기타 연주는 초반 연주와 달리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대체로 클린톤에 기반한 우아하고 정감있는 연주가 주를 이루었으며 그것은 향후 그의 기타세계를 예고하는 듯 했다.

 

예나 지금이나 카시오페아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도시의 야경과 투명한 자연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가사가 전달해주는 상징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인스트루멘틀 만이 가진 청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까닭이다. 이제 결성 30주년을 눈앞에 둔 그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동양의 음악을 알리는 역할도 해 오면서 무카이야의 언급 처럼 자국내의 젊은 뮤지션들을 양성하고 후원해주는 나이가 되어 후배들의 저작권 보호 등에 관련한 음악 비지니스 적인 일들도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호 에서도 다루었 듯 이들의 에너지의 원동력은 늘 창조적인 새로운 것으로의 추구라 생각하며 이날의 트윈드러밍의 안정적이고 한사람이 치듯 연주한 조화의 컴비네이션은 공연을 본 애호가 들에게는 두고두고 감동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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