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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Uli Jon Roth [Scorpions Revisited](2014)

by GUITAR STORY 2023. 4. 6.

선인(仙人)의 경지에 들어선 신비한 기타리스트가 새로 풀어쓴 초기 스콜피온스 삼대명반!

전문: 락 기타 계의 숨은 진정한 고수 울리 존 로쓰가 인정하는 재능 있는 젊은 뮤지션들과 의기투합해 새해 벽두부터 새 앨범을 발표 하였다. 곳곳에 살아있는 그의 기타 솜씨는 전성기 때를 뛰어넘어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을 담고 있었다. (글 박국환)
 

독일을 대표해온 헤비메틀의 자존심 스콜피온스(Scorpions)는 1965년 보컬과 리듬기타를 담당했던 루돌프 솅커(Rudolf Schenker)에 의해 결성되어 몇 차례 멤버교체를 거쳐 당시 17세의 마이클 솅커(Michael Schenker)가 참여한 역작 [Lonesome Crow](1972년)을 발매하면서 13분이 넘는 타이틀곡을 남겼다. 솅커가 UFO로 옮기면서 던 로드(Dawn Road)라는 밴드에 몸담고 있던 울리 존 로쓰(Uli Jon Roth)와 클라우스 마이네 (Klaus Meine)가 참여, 의기투합해 오늘날 스콜피온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게 된다. 그로부터 [Fly To The Rainbow](1974), [In Trance](1975), [Virgin Killer](1976)로 이어지는 초기 스콜피온스의 삼대명반을 공개하게 된다.

기타리스트 울리 존 로쓰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Jascha Heifetz)와 나탄 밀슈타인(Nathan Milstein)로부터 영향 받았음을 회고한바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과감하고 실험적인 그의 연주는 기존의 기타 음역대인 22프렛, 혹은 24프렛에 추가로 32프렛(기존의 27 프렛에서 온음 간격으로 32프렛까지 연장)의 스카이 기타를 고안한 업적도 빠트릴 수 없다. 그로인해 울리 존 로쓰의 연주는 일반 기타로 카피가 불가능한 음역대가 존재하며 독창적인 톤과 하드락에 아르페지오 주법을 도입해 코드분해를 상품화하기도 하였다. 스케일과 화성을 토대로 연주 한다기보다 감성과 자아로 똘똘 뭉친 독특한 비브라토와 바로크시대의 클래식 선법, 그리고 스윕피킹 등은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러한 연주기법들은 나아가 1979년부터 이어졌던 솔로 프로젝트 일렉트릭 선(Electric Sun) 앨범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2015년 새 앨범 [Scorpions Revisited]는 울리 존 로쓰가 스콜피온스 시절을 회고하는 노스탤지어가 배어있는 의미도 갖지만, 한편으론 우여곡절을 거쳐 온 기타인생을 조망하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신예 젊은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춘 이 더블앨범은 1973년부터 1978년간을 새로 쓴 명작의 재해석으로, 일부는 스콜피온스 때와 같은 공간에서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In Trance]에 실렸던 ‘Longing For Fire’는 마이클 솅커를 방불케 하는 솔로가 곳곳에 등장하며 울리 존 로쓰 특유의 비브라토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솜씨를 보여준다. [Virgin Killer]에 실린 ‘Crying Days’는 우수에 찬 그의 서정성을 엿볼 수 있으며 중반부 이후 아르페지오와 볼륨주법에 의한 솔로가 점차 고조되면서 극적인 멜로디를 연출한다. ‘In Trance’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딜레이 도입부가 인상적이며 호소력 있는 나단 제임스(Nathan James)의 보이스가 원곡과 다른 감성을 전한다. 후반부 멜로디가 가미된 솔로의 전개는 드라마틱하다. 울리 존 로쓰의 작품이기도 한 ‘Yellow Raven’은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을 빼닮은 풀링 온과 아르페지오가 눈에 띠며 디미니시드 스케일을 사용한 솔로가 짧지만 임팩트를 준다. 후반부 리어픽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헤비 배킹은 먼지 날리듯 거칠지만 내추럴한 톤이 매력적이다. 피크 포르타멘토와 아밍 주법 등 가장 실험적 요소가 많은 ‘Dark Lady’는 원곡에 비해 두 배 이상 러닝타임이 늘었으며 옥타브를 순식간에 오가는 밴딩 업과 다운의 마술 같은 연주력에 전율이 느껴진다. 

 

쓸쓸함이 짙게 드리워진 ‘Evening Wind’는 암울한 선율과 극적인 코드워크로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곡이다. 반복되는 그의 기타연주가 몽환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다중 딜레이 효과인 하모나이저가 클린 톤 아르페지오에 실려 더욱 신비하게 들리는 ‘We'll Burn The Sky’는 후반부 스윕 피킹에 꼬리를 무는 코드 톤 솔로가 울리 존 로쓰의 프로젝트 일렉트릭 선의 ‘I'll Be There’가 떠오를 만큼 격정적이게 전개되었지만 이내 사라지고 말아서 아쉬움을 남긴다. 역시,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이 풍기는 ‘Hell-Cat’는 와와 주법의 전주가 인상적이며 원곡보다 그루브가 가미된 ‘Life's Like A River’는 애잔한 솔로가 워낙 원곡이 잘 만들어져서인지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하다. 슬랩 베이스 러닝에 대화하듯 이어지는 프리한 솔로가 잼 형식을 취하고 있는 ‘Drifting Sun’, 스콜피온스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어쿠스틱 소품 ’Rainbow Dream Prelude(Improvis)’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이버를 대하 듯 간결한 여운을 준다. 정적인 음의 향연이 돌연 허밍버드 솔로와 급작스러운 하이 포지션 밴딩으로 더욱 격정적으로 들리는 ‘Fly To The Rainbow’, 아밍과 더불어 포효하듯 몰아치는 보너스 트랙 ‘I've Got To Be Free’는 경쾌한 템포의 잼 형식으로 로스의 볼륨주법에 의한 피드백 주법과 다양한 솔로패턴, 여기에 베이스와 키보디스트의 화려한 솔로가 어우러진다.

사색하듯 이어지는 우아한 멜로디와 옥타브에 불가항력을 지닌 독특한 음 배열, 열정과 신비함을 겸비한 비브라토는 도(道)를 닦으며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사는 선인의 기운마저 전해진다. 아쉬운 점이라면 울리 존 로쓰의 기타는 95점 이상을 줄 수 있으나 그의 음악을 채워주는 나머지 멤버들의 기량이 그의 기타에 가려진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일 것이다.

SCORPIONS REVISITED
2014 ○ Evolution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