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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핫뮤직

신보에서 보여준 Steve Lukather의 기타세계

by GUITAR STORY 2013. 10. 6.


정통 하드락과 헤비메틀 컬러가 가미된 드라이브의 열정을 담아내
신보에서 보여준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세계

 

들어가면서...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세계는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일면이 있다. 토토의 그룹 명에서 보이듯 라틴어인 ‘Totus Toti (모든 것이란 의미)’의 이니셜처럼 그의 연주는 다양하며 한계를 두지 않는 ‘슈퍼마켓’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데뷔앨범에서 들려준 명곡 ‘Hold The Line’은 동시대의 락 기타리스트와는 다르게 뮤트를 전면에 내세운 리프가 주를 이루었으며, 펜타토닉 주체의 애들립이지만 상당히 블루지한 필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같은 음반에 담긴 ‘Georgy Porgy’에선 리듬에 비중을 둔 전천후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런 그를 가리켜 평론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에드워드 밴 헤일런과 비교대상에 올리기도 했었는데, 당시의 인터뷰를 더듬어 본다면 스티브는 에디와 라이벌로 비춰진 것에 대해 겸손해 하며 영광스럽게 받아들인 반면, 에디는 스튜디오 기타리스트와 비교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스티브 루카서 기타 사운드의 특징

그룹 토토에서 보여준 스티브 루카서의 연주세계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그의 자리에 어느 기타리스트가 차지하게 되더라도 ‘토토 사운드’가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화려한 하이테크가 주를 이루는 그룹 매그니튜드 9(Magnitude 9)의 기타리스트 롭 존슨(Rob Johnson)의 연주라던가 절제된 미학을 자신의 컬러로 승화하고 있는 콘넬 두프리(Cornell Dupree)처럼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 연주는 컬러가 뚜렷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스케일 라인을 토대로 팝과 락, 재즈와 블루스 등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에 무리 없이 융화되는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의 연주를 분석해 보면 힘찬 피킹에 의한 선이 굵은 음색과 놀랄 만큼 강렬함이 배어있는 살아있는 솔로 등이 특징이다(몇 해전 내한했던 래리 칼튼(Larry Carlton)과의 실황에서도 즉흥 연주시에 이 대목은 등장한다). 비교적 근작에 해당하는 2002년 발매된 [Through The Looking Glass]를 들어보면 과거에 비해 음색에 변화를 준 부드러운 음색의 톤이지만, 여전히 선이 굵고 힘찬 톤을 들려준다.

 

개인적인 견해로 볼 때 그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는 톤은 래리 칼튼과의 라이브 실황인 [Larry Carlton & Steve Lukather / No Substitutions (Live In Osaka)]와 드러머 비니 콜레이우타(Vinnie Colaiuta)와 협연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트리뷰트 앨범 [An All Star Line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 또 애드가 윈터(Edgar Winter)의 2000년 실황 등에서 들려준 던컨 픽업이나 EMG 매그네틱 픽업에서 들을 수 있는 깔끔하며 까랑까랑한 드라이브 톤이라 생각한다. 토토의 새 앨범 [Falling In Between]은 스티브 루카서의 코멘트처럼 ‘우리가 만든 마지막 앨범이라면(원하지 않지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아낌없이 담긴 앨범’답게 트랙마다 공들여 완성된 노력이 엿보이는 수작이며, 과거에 비해 스티브의 연주가 헤비해 졌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리프에 있어서도 건반 사운드 보다 기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통 하드락과 헤비메틀 컬러가 가미된 드라이브의 열정이 느껴졌다.

 

새 앨범 [Falling In Between]과 스티브 루카서

첫곡 ‘Falling In Between’은 마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Kashmir’와 러쉬(Rush) 의 ‘The Spirit Of Radio’를 연상케하는 긴박감 있는 리프와 타이트한 리듬으로 오프닝을 열고있다. 근래에 와서 스티브가 프로그레시브 기타의 대가 데이빗 길모어의 분위기에 의미를 두고 있음은 핑크 플로이드 트리뷰트 음반 [An All Star Line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에서 ‘Shine On You Crazy Diamond’를 연주한 것만이 전부가 아닌 듯 하다. 타이틀곡의 긴장감이 가시기도 전에 이어진 두 번째 트랙 ‘Dying On My Feet’ 은 어메리칸 하드락의 교과서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곡으로서, 우먼톤의 게인 드라이브가 살짝 걸린 아르페지오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이펙트의 사용빈도에 대해서도 스티브 루카서는 대단한 센스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음반에서도 군데군데 더블링(딜레이의 일종으로 간격이 길수록 극적인 2중주와 같은 효과를 나타냄) 효과가 등장한다. 이 곡에서의 힘찬 솔로에 곁들여지는 아밍에 의한 더블링 효과는 여전히 그가 이펙팅의 첨단을 걷고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Bottom Of Your Soul’과 ‘Simple Life’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 출신의 키보디스트 케빈 무어(Kevin Moore)가 이끄는 크로마 키(Chroma Key)의 ‘Lunar’와 같이 도입부가 심오한 곡이다. 음반의 전반부가 프로그레시브에 의미를 둔 스티브 루카서의 연주로 비중을 많이 두었다면 ‘King Of The World’은 마이크 앤 더 미케닉스(Mike & The Mechanics)의 명곡 ‘Another Cup Of Coffee’를 떠올리게 하는 흥겨운 리듬의 뉴 웨이브로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면서도 일관된 스티브의 강렬한 드라이브 리프는 드러머 사이먼 필립스의 드러밍이 특히 빛을 발하는 ‘Hooked’로 이어진다. 밴 헤일런의 분위기 마저 감도는 이 곡에서는 페이져(Phaser)와 뮤트에 의한 커팅 리듬이 인상적이며 아밍이 주를 이루는 평소의 스티브에게서 듣기 힘든 헤비한 솔로를 듣게된다.


‘Taint Your World’는 부기리듬이 마치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의 ‘Satch Boogie’ 와 흡사하여 귀를 귀울이게 된 트랙인데, 연주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어지는 8번 트랙과 더불어 앨범의 가장 백미에 해당하는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군더더기 없는 리프의 순발력과 개방현을 활용한 스피디한 진행 등은 몇 번을 들어도 다이나믹하다. 여덟번째 곡 ‘Let It Go’는 레드 제플린의 명곡 ‘Achilles Last Stand’의 후반부 테마와 같이 사이키델릭한 느낌에, 재즈락 그룹 브랜드 엑스(Brand X) 풍의 섹션 등이 가히 최고의 세션 연주자들로 모인 그룹답게 느껴지는 곡이다. 특별히 베이시스트 마이크 포카로의 절제된 하이테크를 만끽할 수 있는데, 기타 솔로 또한 해머링에 의한 볼륨주법과 피킹 하모닉스, 그가 평소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모드(선법) 주체의 재즈적인 어프로치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은 그들의 데뷔앨범 발매 이후, 건재함을 재확인 하게되었던 4집 [Toto IV] (1982)에 담긴 ‘Africa’를 떠올리게 하는 퍼커션으로 시작되어 해먼드 효과가 은은히 배어있는 편안한 곡이다. 이 곡에선 에릭 클렙튼과 퀸시 존스와 함께 활동했던 새로운 키보디스트 그렉 필링개네스(Greg Phillinganes) 의 센스를 엿 보게 된다.

 

마무리하면서...

이제, 수년 내로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그룹 토토의 새 앨범은 수 많은 락 매니아들과 연주자들에게 토토가 건재하며 락 음악이 죽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고유한 정통성에 기반한 펜타토닉 주체의 연주를 펼치면서도 락의 에너지가 전해지는 스티브 루카서를 바람직한 락 기타리스트라 부르기에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것 하다. 아울러 어떤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열정이 살아있는 솔로를 구사하는 그야말로 락 기타의 교과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월간 핫뮤직 2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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