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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핫뮤직

돌아온 플라잉 브이의 왕자

by GUITAR STORY 2013. 10. 6.


스콜피온스, UFO를 거친 기타리스트 마이클 셍커가 자신의 그룹을 결성한 지도 25년이 되었다. 이번에 발표한 마이클 셍커 그룹의 신보는 자신의 그룹 결성 25년을 기념하는 앨범으로, 게리 바든, 그래험 보넷, 로빈 맥컬리 등 그룹을 거쳐갔던 보컬리스트들의 우정출연이 눈에 띄는 음반이다.

 

사진제공 에볼루션 뮤직

 

1955년 1월 10일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마이클 셍커는 정통파 락 기타리스트의 교과서적인 연주로, 현재까지도 그의 오소독스한 기타주법은 락 기타리스트들에게 연구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의 연주상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전체 연주의 80%이상 펜타토닉 스케일과 블루노트 스케일을 주축으로 세 손가락만으로 트릴, 해머링, 밴딩, 비브라토 등에 이르기까지 연주하고 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피크가드에 고정하고 연주하여 손가락버릇과 음의 낭비를 최소화함으로서 정확한 피킹을 들려준다. 특유의 암울함과 비장함이 감도는 서정미는 MSG의 걸작들인 ‘Lost Horizons’와 ‘Rock You To The Ground’, ‘Rock Will Never Die’, ‘Let Sleeping Dog's Lie’ 등의 솔로에서 잘 나타나 있다.

 

마이클의 어린시절, 형인 루돌프 셍커는 부모님을 따라 일을 하러 나갈 때마다 기타연주를 채보하거나 녹음해 두는 숙제를 내곤 했다. 그런 연유로 기타를 처음 접하게 된 마이클은 이후 10세가 되면서 형 루돌프가 쓰던 통 기타를 물려받아 섀도우스(Shadows), 와 비틀즈(The Beatles) 등의 연주를 카피하면서 기타리스트로서의 꿈을 펼쳐가게 되었다. 이후, 15세가 되면서 형의 그룹 스콜피언스의 앨범 [Lonesome Crow]에 참여하여 13여분에 달하는 타이틀곡이자 대곡 ‘Lonesome Crow’에서 피치가 정확하진 않으나, 놀라운 재능이 감지되는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었고, 이 무렵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깁슨 플라잉 V(Gibson Flying V) 기타와 조우(遭遇)하게 된다. 당시 메스컴은 이 어린 소년의 놀라운 연주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영국 하드락 그룹 UFO의 독일공연에서 팀의 기타리스트가 돌연 탈퇴하는 바람에 보컬이자 리더인 필 모그(Phil Mogg)는 게스트로 출연했던 스콜피언스의 마이클 셍커 에게 UFO로의 가입을 권유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계기로 영국으로 건너간 마이클은 그룹 UFO에서도 섬광 같은 핑거링을 들려주면서 ‘Doctor, Doctor’, ‘Rock Bottom’, ‘Try Me’, ‘Love To Love’ 등 주옥같은 명곡들에서 안개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 필 모그와 더불어 자신의 정통 락 기타 연주의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이클은 언어장벽의 문제와 음악성의 갈등 등으로 멤버간에 불화가 잦았고, 심지어 약물에 손을 대기에 이르렀다. 당시 음악지에서 눈 여겨 본 기사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플라잉 V를 산산조각 박살내는 등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팀을 떠나 자신의 고향 독일로 돌아간다. 그의 기타세계가 가장 완성되어있던 마이클 셍커 그룹의 결성은 데뷔작 [The Michael Schenker Group] (1980)에서 보컬 게리 바든(Gary Barden), 베이스 모 포스터(Mo Foster), 드럼 사이먼 필립스(Simon Philips), 키보드 돈 에어리(Don Airey) 등 호화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락의 명반으로 평가받았으며 ‘Cry For The Nations’, ‘Into The Arena’, ‘Lost Horizons’ 등을 비롯, 전곡이 정통 락 기타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플라잉 V의 왕자 마이클 셍커의 연주를 바늘 같은 핑거링에 비유해도 틀리지 않는 점은, 대단한 손목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고음에서의 2음 밴딩과 톤의 회절을 다소 적게 한 와와주법(이 대목은 산타나의 ‘Europa’ 라이브 버전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그도 언급한 바 있는 두꺼운 헤비피크에서 나오는 날카로움 때문이다. 이러한 밀도 있는 드라이브를 만드는 배경에 대해, 어느 외지의 인터뷰에서 MSG시절 기타녹음을 마샬 진공관 50와트 앰프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0와트 출력 앰프에 비해 라우드감은 떨어질지 모르나 음의 명료함과 밀도 있는 드라이브의 섬세함은 50와트 앰프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1980년 중반 무렵 UFO시절의 멤버문제와 비슷한 상황에 부딪힌 마이클은 자신의 기타연주가 전면에 드러나는 밴드 사운드를 수정하게 되는데, 그랑프리(Grand Prix) 출신의 새 보컬리스트 로빈 맥컬리(Robin McAuley)와 드러머 바도 스코프(Bodo Schoph), 베이스와 건반에는 라이온하트(Lionheart) 출신의 록키 뉴튼(Rocky Newton)과 스티브 맨(Steve Mann)등이 녹음을 마친 후 87년 [Perfect Timing]을 메컬리 셍커 그룹(McAuley-Schenker Group)으로 완성한 것이 그것이다. 그의 암울한 서정성은 ‘Time’ 같은 곡에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전까지 추구해 오던 절도 있는 리프와 박진감 넘치는 정통락 사운드보다는 파퓰러 해진 사운드에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과거의 연주를 회상하게 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한편, 언플러그드 열풍을 타고 발매된 기타 어쿠스틱 앨범 등에서도 그간 플라잉 V 기타에서 들었던 바늘 같은 핑거링은 사라지고 암울한 서정성만이 곳곳에 숨쉬고있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마이클은 다시 정통파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되는데 2003년 앨범 [Arachnophobiac]와 2004년 셍커 패티슨 서미트(Schenker-Pattison Summit) 프로젝트의 앨범 [The Endless Jam] 등에서 정통적인 기타톤과 절도 있는 리프로의 회귀를 엿 보게된다. 특히 오랫동안 그의 기타세계에 영향을 준 그룹 마운틴(Mountain)의 레슬리 웨스트(Leslie West)의 비브라토가 ‘A Whiter Shade of Pale’과 ‘Theme For An Imasinary Western’ 등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새로이 공개된 마이클 셍커 그룹의 2006년 신보 [Tales Of Rock'N'Roll]에서 변화된 부분을 꼽는다면, 기타 리프의 변화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레인보우의 ‘Man On The Silver Mountain’의 기타 리프가 그러하듯 1도와 5도 음이 중심이 되는 헤비리프가 아닌 1도와 4도가 중심이 된 다소 가벼운 리프와 경과음을 코드화 한 악곡형식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셍커 패티슨 서미트 프로젝트부터 기타와 앰프의 변화가 기타 사운드로 이어지고 있는데, 기타톤이 밝아졌고 베이스음이 강조된 선이 굵은 임장감을 느끼게 된다. 솔로에선 예전의 바늘 같은 핑거링이 여전히 살아있으나 ‘Lost Horizons’의 서사적인 작품이나 ‘Captain Nemo’에서 들려주었던 동화적인 멜로디는 없었다(마이클 패쓰 같은 기타리스트도 즐겨 쓰는 반음계적 분위기). 아마도 [Tales Of Rock'N'Roll]이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보이 듯 솔로보다는 리듬에 초점이 맞추어 진 프로듀서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앨범의 중반부 이후는 마이클과 밴드 생활을 했던 보컬리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게리 바든(Gary Barden)의 ‘Life Vacation’은 예전 그가 함께 하던 시절 들려준 ‘I'm Gonna Make Mine’을 연상하게 하는 팝이 가미된 락 넘버로서 여전히 인간미 있는 게리 바든의 호소력이 살아있는 곡이다. 부기리듬이 가미된 ‘Rock'N'Roll’에서는 마치 조 새트리아니의 ‘Satch Boogie’를 떠오르게 하는 개방현 리프와 그래험 보넷(Graham Bonnet)의 변함없는 창법이 귀에 익숙하다. 멜로디가 인상적인 ‘Tell A Story’는 ‘Nightmare’이후 로빈 맥컬리의 시원한 창법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곡으로, 솔로에서도 마이클의 핑거링이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고있다. 마지막 트랙인 연주곡 ‘Life Goes On’은 프랭크 마리노 앤 마호가니 러쉬의 ‘World Anthem’ 스타일의 장중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곡으로서 키보드 솔로는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락적인 느낌도 있어, 향후 마이클의 음악성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Down To You’와 ‘Castles’ 등의 연주를 남기며, 콜로세움 II에서 재즈와 락을 접목한 기타연주를 들려준 게리 무어, ‘Eruption’, ‘Spanish Fly’ 등의 짧은 두 곡의 기타 소품으로 락 기타계에 돌풍을 일으킨 에디 밴 헤일런과 더불어 동시대의 기타 영웅으로서 마이클 셍커가 남긴 정통 락 기타의 업적은 실로 다대하다. 이번 신보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그의 바늘 같은 핑거링을 엿보게되며, 아울러 팀을 떠나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음반작업에 참여해 의리와 우정을 지켜 가는 보컬리스트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필자는 즐겁고 반갑다. 일부 멤버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는 국내의 락 그룹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Tales Of Rock'N'Roll (2006) 국내발매 에볼루션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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