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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의 측면에서 본 현대 헤비메틀 기타의 발전과 연주형태

by GUITAR STORY 2013. 10. 6.


연주의 측면에서 본 현대 헤비메틀 기타의 발전과 연주형태

Technical Ecstasy

글 박국환

 

현존하는 헤비메틀 기타의 연주형태는 1960년대 말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이루어놓은 일렉트릭 기타의 무한가능성을 이후,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와 지미 페이지(Jimmy Page),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로 공유되어 오면서 비로소 헤비메틀의 꽃으로 자리 잡고 기술적인 측면이 발전되었다. 이들의 특징은 직진성이 강한 거친 드라이브와 1도와 5도 음을 활용한 리프로 ‘Heaven And Hell (Black Sabbath)’, ‘Rock &Roll (Led Zeppelin)’ 등 명곡을 창조해내었으며, 여기에 1도와 4도 음을 첨가해 ‘Smoke On The Water (Deep Purple)’를 완성했다. 리치 블랙모어의 ‘Highway Star (Deep Purple)’, ‘Kill The King (Rainbow)’에서는 블루스 펜타토닉과 하모닉 마이너에 의한 레가토스타일을 솔로에 삽입해 독창적인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솔로에 주로 사용된 블루스 펜타토닉스케일은 민속적인성향을 띠는 독특한 음계였지만 벤딩과 글리산도 등이 적절히 배합되면서 경과음이 주는 묘한 뉘앙스는 재즈를 비롯한 전 장르에 고루 쓰이기도 했다. 벤딩의 기술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Key To The Highway’, 마이클 솅커(Michael Schenker)의 ‘In To The Arena’,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s’등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1980년대 헤비메틀 기타는 테크닉의 격전지로서 초창기 선배들에 의해 골격이 가꾸어진 연주에 신기류를 접목시키며 더욱 새롭고 진일보한 모델들을 만들어냈다. 당시의 연주를 살펴보면, 큰 카테고리는 리치 블랙모어와 마이클 솅커의 뒤를 이으며 오로지 펜타토닉 스케일에 근간을 두고 있는 정통파 기타리스트와, 정통 플레이에 날개를 단 연주형태로서 다양한 리듬과 코드 프로그레션(화음진행, 코드진행)이 입혀진 자유도 높은 프리 재즈(Free Jazz)파, 클래식 주선율을 채택한 하모닉 마이너스케일 주체의 클래식(Classic) 속주파로 나눌 수 있다. 이것들은 제각기 다른 연주세계였지만 일렉트릭 기타의 현란함과 특장점을 부각시켰다는 의미에서 커다란 군집이 되어, 어쩌면 하루가 멀게 바뀌어가던 테크닉 전쟁의 군웅할거 시대를 풍미하면서 새로운 형태 -즉, 탈 장르의 시대-인 현재를 맞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나긴 생명력, 힘을 주 무기로 한 정통파

정통파 기타연주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음 구조와 절도, 박진감, 남성다움 등이다. 시대적으로 1970년대 하드락 세태의 연주패턴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하드락 분야에 그 분포가 널리 보급된 형태이기도 하다. 마이클 솅커의 ‘In To The Arena’, ‘Rock You To The Ground’와 실황에서 들려준 ‘Let Sleeping Dogs Lie’는 정통파 기타의 교과서로 이들 연주는 대체로 반짝이는 기교보다 현악기로서 기타가 지닌 강점을 부각하여 벤딩과 해머링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직진성을 주장한다. 메틀리카(Metallica)의 커크 해밋(Kirk Hammet)은 ‘Master Of Puppets’에서 다운 피킹만으로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보여주었으며, 글렌 팁튼(Glenn Tipton)과 K.K. 다우닝(K.K. Downing)의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g (Judas Priest)’, 데이브 머레이(Dave Murray)와 에이드리언 스미쓰(Adrian Smith)의 ‘Aces High (Iron Maiden)’, ‘Flight Of Icarus (Iron Maiden)’는 펜타토닉 스케일만으로 오래 각인되는 빼어난 멜로디를 뽑아내었다. 블루스가 기반이 된 인간미 있는 솔로를 들려준 에디 클락(‘Fast’ Eddie Clarke)의 ‘Hurtin' Me (Fastway)’는 또 하나의 지미 페이지로 정통파 기타솔로의 위용을 보여준 걸작이다. 정통파 기타연주의 단점은 절도와 박진감에 비해 텐션과 같은 화성적 진행에 대해 잔 기교를 구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연주자체가 안정적이지만 치밀하고 주도면밀할 수 없다는 것도 지적할 사항이라 하겠다. 자칫, 스케일을 반복해 지판을 무의미하게 짚어나간다면 펜타토닉 스케일 특성상 단조로운 멜로디만을 얻기 쉽다.

 

하이 테크닉의 종합선물세트! 프리 재즈파

가장 비약적인 발전과 다양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프리재즈 스타일은 랜디 로즈(Randy Roads)의 ‘Mr. Crowley’에서 그 정석을 발견할 수 있다. 정통파 기타리스트의 시각에서 한층 발전된 연주형태인 프리 재즈파 기수들은 기타음색의 다변화와 스케일 상에 있어서 한계를 두지 않았으며, 이펙트와 기타 하드웨어 내에서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상품화시켰다. 1980년대를 기타 테크닉의 대형시장화 시켰으며 펜타토닉 스케일만으로 표현하기 벅찬 반음계적 진행이나 아밍에 의한 스릴링(Thrilling)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연주자들에 의해 그 토대가 만들어 졌다. 이들의 기타솔로는 재치와 생각하는 플레이, 나아가 기존 타성을 허무는 라이트핸드 주법과 태핑을 신기술로 전파하였다. 그런 연유로 인해 누가 보더라도 선뜻 집어들만큼 잘 포장된 상품과 같은 연주스타일이다.

 

게리 무어(Gary Moore)는 락과 재즈의 융합을 시도, 6잇단음 아첼레단도(점점 빠르게) 방식을 자신의 장기로 ‘Dirty Fingers’와 ‘End Of The World’에 사용하였으며 개방 현 풀링 오프는 이후 비비안 캠벨(Vivian Campbell)의 ‘Stars’ 솔로와 존 사이크스(John Sykes)의 ‘Crying In The Rain (Whitesnake)’ 실황솔로에 등장하였다. 활화산 같은 피킹 하모닉스와 열정적인 멜로디가 압권인 덕 앨드리치(Doug Aldrich)의 ‘In The Name Of Love (Lion)’, 즉흥연주의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는 조지 린치(George Lynch)의 ‘Mr. Scary (Dokken)’, 타이프를 두드리듯 정교한 솔로가 흠 잡을 곳 없는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Big Trouble’, 우수에 찬 멜로디와 열정이 배어있던 존 노럼(John Norum)의 ‘Love Is Meant Last Forever’ 등을 들 수 있으며, 프랭크 자파(Frank Zappa)로 부터 이어져 온 순식간에 지판을 훑는 형태인 비니 빈센트 인베이전(Vinnie Vincent Invasion)의 ‘Boyz Are Gonna Rock’, 브루스 쿨릭(Bruce Kullick)의 순발력과 잠재력이 번뜩이는 키스(Kiss)의 ‘Love Is A Deadly Weapon’, 또한, 기차소리부터 자동차 발진, 폭발음, 천둥소리에 이르는 20여 가지 소리를 기타전문지 사운드페이지에 소개했던 브레드 길리스(Brad Gillis)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실황 중 ‘N.I.B’에서 역시 아밍을 활용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동양의 게리 무어라 일컬어지던 쿠니(Kuni)의 ‘Telepathy’, 에너지 충만하며 타임감이 뛰어난 제이크 이 리(Jake E. Lee)의 ‘Bark At The Moon (Ozzy Osbourne)’, 이펙트의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던 스티브 린치(Steve Lynch)의 ‘Turn Up The Radio (Autograph)’, 수학적인 맞물림이 부각되었던 스테인버거 기타의 달인 비토 브라타(Vito Bratta)의 ‘Hungry (White Lion)’ 등 일반적으로 이 부류의 연주들은 단조로움을 탈피해 뛰어난 조망력과 설득력, 그리고 짜임새를 공통분모로 한다. 근래에 와서 사용 빈도가 높은 ‘스키핑’은 숀 레인(Shawn Lane)에 의해 토대가 만들어지면서 브루스 부예(Bruce Bouillet), 론 탈(Ron Thal), 롭 존슨(Rob Johnson), 제프 콜먼(Jeff Kollman), 마티아스 에클런드(Mattias IA Eklundh)로 전파되었으며 매그니튜드 나인(Magnitude 9)의 ‘Matter Of Fact’, 에드윈 데어(Edwin Dare)의 ‘Feel The Power’에 사용되었다.

 

다양한 기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대안으로 얼터네이트 피킹이 사용되기도 했는데 스티브 모스(Steve Morse)의 ‘Cruise Missile’, ‘Take It Off The Top’, ‘Cruise Control’은 그 좋은 예다. 이 연주방식은 존 페트루치(John Petrucci)가 ‘Universal Mind (Liquid Tension Experiment)’, ‘Glasgow Kiss’등에서 계승해 오고 있다. 해머링의 발전된 형태라 말할 수 있는 라이트 핸드 주법은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의 ‘Eruption (Van Halen)’과 ‘Spanish Fly (Van Halen)’에서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으며 조지 린치의 ‘Tooth And Nail (Dokken)’, 제프 왓슨(Jeff Watson) ‘Mountain Cathedral’, ‘Rodo Lana/Play That Funky Music’, 여성 기타리스트 제니퍼 배튼(Jennifer Batten)의 짧지만 전체가 아밍과 태핑으로 구성된 ‘Giant Step’,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의 ‘Midnight’로 발전되었다. 디미니시드 스케일과 재즈리듬에 비중을 둔 데이비드 티 체스테인(David T. Chastain)의 ‘Now Or Never’, 아키라 타카사키(Akira Takasaki)의 ‘Like Hell (Loudness)’, ‘Exploder (Loudness)’, ‘Rock N' Roll Gypsy (Loudness)’는 작은 손의 핸디캡을 극복하며 태핑의 상품화에 일익을 했다. 감칠맛 나는 불꽃솔로가 여운을 준 워렌 디 마티니(Warren DeMartini)의 ‘Lay It Down (Ratt)’, 키코 로레이루(Kiko Loureiro)의 ‘No Gravity’, 하모나이저 등 공간계 활용이 잦았던 리치 코젠(Richie Kotzen)의 데뷔작과 그루비(Groovy)한 렉 하우(Greg Howe)의 속주도 이 부류에 속한다.

 

기록갱신의 한계에 도전했던 클래식 속주파

1980년 중반부터 1990년대 전역에 걸쳐 최고의 지명도를 얻은 클래식 속주세태는 당시 LA의 유명한 락 비즈니스인 마이크 바니(Mike Varney)의 슈라프넬(Shrapnel) 레코드사와 울리 존 로쓰(Uli Jon Roth)처럼 그 밖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형성되었다. 인스트루멘틀 형식이 주를 이루고 보컬이 첨가되기도 했지만, 가히 스피드만큼은 기타 비르투오소에 있어서 월계관을 선사해도 손색없는 것이었다. 사용되는 스케일에 있어서도 정통파나 프리재즈 파에서 빈번히 사용되던 것을 탈피해 연주하기 까다로운 클래식 주선율(하모닉 마이너 계열)을 택했고, 쇼팽과 파가니니, 바흐, 비발디 등 클래식의 장중함과 카덴차의 화려함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울리 존 로쓰의 ‘I'll Be There’와 같이 정통파 연주의 발전된 모델로서 하모닉 마이너 스케일이 적용된 예도 있다.

 

1982년 18세의 나이에 마이크 바니에게 보낸 데모테이프가 발탁되면서 스틸러(Steeler)로 출범한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Far Beyond The Sun’을 비롯해 5세 때 체계적으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10대 후반부터 기타에 대한 꿈을 단기간에 펼쳐보였던 토니 맥캘파인(Tony Macalpine)의 ‘Wheel Of Fortune’, 속주와 블루지한 필 두 가지를 동시에 보유, 지판위에 설파했던 폴 길버트(Paul Gilbert)의 ‘Y.R.O. (Racer X)’, 기타전문지에 ‘Daydream’이 소개된 후 데뷔앨범에서 기타뿐 만 아니라 전 파트 연주의 교과서를 보여준 비니 무어(Vinnie Moore) ‘Saved By A Miracle’, 마티 프리드먼(Marty Friedman)과 제이슨 베커(Jason Becker)가 완성한 시대를 초월한 기타 2중주 ‘Speed Metal Symphony (Cacophony)’, 디미니시드 스케일과 현란한 라이트 핸드 주법으로 주목받던 마이클 패쓰(Michael Fath)의 ‘The Emerald Isle’, 클래식 소품 ‘Spanish Serenade’, 태핑과 내추럴 마이너 계열의 속주가 곁들여진 커트 제임스(Kurt James)의 ‘The Villa’, 여느 기타리스트에 비해 두드러지진 않았으나 감성적인 멜로디가 뛰어난 ‘Zero Hour’의 조이 타폴라(Joey Tafolla), 속주의 종지부를 찍으면서 얼터네이트에 의한 스윕 피킹이 난무했던 크리스 임페리테리(Chris Impellitteri)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Impellitteri)’등 이들의 공통점은 속주에 근간을 둔 활화산 같은 멜로디와 클래식에 기반 한 스케일과 작법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일부 평론가들로 하여금 획일화된 피킹과 산만한 리듬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처럼 지치지 않고 빠르게 연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간의 헤비메틀 기타연주사는 수구파의 세력을 넘어뜨리고, 또 신세대 기류에 짓밟히면서 끊임없는 발전과 실험을 반복해 왔으며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나올 수 있는 테크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헤비메틀 기타의 연주특성을 이해하고 감상할 때와 연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아울러 리치 블랙모어의 말처럼 ‘숙달에 가장 빠른 길은 카피’이듯이 본문에 언급된 곡들은 기타솔로가 뛰어난 곡을 우선 선곡했음을 밝혀둔다. 음악을 이루는 틀 안에서 헤비메틀 기타의 현란함은 그 특장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타 장르에 비해 무한 가능성을 보여준 발견이자 과학이다. 그것은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이나 전자음악의 실험적 제작에 성공했던 독일의 작곡가 슈톡하우젠, 기계적인 리듬의 ‘원시주의’라는 새로운 음악형식으로 유럽 현대음악사에 영향을 준 스트라빈스키의 업적에 비견될 만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