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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Steve Vai [The Story Of Light] (2012)

by GUITAR STORY 2013. 10. 6.


부제 : 매 앨범마다 일렉트릭 기타가 지닌 발전가능성을 무한하게 펼쳐놓은 스티브 바이의 2012년 현 주소.
타이틀 : Steve Vai
전문 : 새로운 사운드와 과학적 기타테크닉의 선봉장으로 군림했던 스티브 바이가 과거로의 회귀를 예견하는 새 앨범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이펙트의 활용빈도를 줄이고 보다 성숙되고 정제된 연주로 한동안 무뎌진 그의 연약하면서도 강한 백만 불짜리 기타 톤은 생기를 되찾았다.
포인트: [The Story Of Light]는 스티브 바이의 오늘날 기타세계와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지, 얼마간 매너리즘을 보였던 스스로의 음악여정에 대한 답례로 팬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는 앨범이다.

 

글 박국환 | 사진 Larry Dimarzio

 

현존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테크닉적인 발전을 가져온 연주자를 꼽자면 퍼즈와 디스토션을 이용해 포효하는 맹수의 소리를 도입했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진보와 실험의 반복으로 스케일 파괴와 무조성의 프레이즈를 탄생시킨 앨런 홀스워스(Allan Holdsworth), 양손 해머링을 활용한 라이트핸드 주법의 대중화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 파가니니가 작곡한 ‘24개의 카프리스’를 기타스케일에 응용, 락과 클래시컬 속주를 융합했던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그리고 천재적인 이펙팅의 조합과 전자적 시도로 마술 같은 소리를 창출했던 스티브 바이(Steve Vai)로 그 계보는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작 [Real Illusions: Reflections] 발매이후 7년 만에 출시된 스티브 바이의 여덟 번째 솔로앨범 [The Story Of Light]는 그간 추구해왔던 우주적인 요소보다 전반적으로 빈티지한 사운드 가 바탕에 깔려있으며 기타 톤은 해상도가 높아졌고 공간계열 이펙트 사용이 절제되었다. 미래에서 온듯한 어린이의 내레이션과 왼손 해머링에 주도되는 유려한 핑거링이 한 치 오차 없이 전개되는 ‘The Story of Light’, 와와 페달이 만들어내는 속삭이는 솔로와 아기자기하며 복잡한 구성은 초기작 [Flex-Able]을 회고하게 하는 ‘Velorum’, 이어지는 ‘John The Revelator’와 ‘Book Of The Seven Seals’에서는 비벌리 멕클란(Beverly McClellan)의  호소력 있는 보이스와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나옴직한 성가대의 흥겨운 합창으로 대 서사시를 이루고 있다. 쳇 앳킨스(Chet Atkins)와 행크 마빈(Hank Marvin)의 하와이안 클린연주를 빼닮은 ‘Creamsicle Sunset’은 바이의 숨은 감성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연주다. 전성기 때 즐겨 사용하던 피치 쉬프터(Pitch Shifter)와 와와의 조화가 압권인 ‘Gravity Storm’, 또 하나의 언플러그드 구성에 와와(Wha Wha)가 사용된 선율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Mullach A'tSi’, 단조로운 리듬이지만 드러머 제레미 콜슨(Jeremy Colson)의 센스가 돋보이는 흥겨운 리듬의 ‘Racing The World’, 바이의 보컬이 곁들여진 ‘No More Amsterdam’은 나른한 진행임에도 신비감이 감도는 코드워크와 쉴 새 없는 어쿠스틱과 하프, 퍼커션의 변화무쌍함에 결코 처지게 들리지 않는다. 중반기 반 헤일런의 리프를 떠올리게 하는 미디엄 템포 ‘Sunshine Electric Raindrops’는 아밍 업에 의한 솔로가 인상적이며 기타 톤 역시 무겁다.

 

스티브 바이의 연주세계는 기타 프로세서 이펙터의 발전과 동시에 진화되어 오면서 와와를 이용한 대화 같은 솔로, 탭 딜레이(Tap Delay)에 의한 이중연주, 아밍의 다변화로 화성을 성립하지 않은 효과음, 더블링(Doubling)과 피치 쉬프터의 빈번한 활용으로 자아내는 스페이스락 효과에 이르는 과학과 음향메커니즘의 결정체다. [The Story Of Light]는 스티브 바이의 오늘날 기타세계와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지, 얼마간 매너리즘을 보였던 스스로의 음악여정에 대한 답례로 팬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는 앨범이다. 스티브 바이는 13세가 되던 1973년 기타를 연주하면서 제프 벡,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앨런 홀스워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로컬밴드를 결성하고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로 부터 레슨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천재성은 20세 때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았던 문화적 우상파괴주의자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난해한 연주를 완벽하게 카피해 보낸 것을 계기로 1980년 가을 자파의 멤버로서 락계에 진출했으며 그 무렵 버클리음대에 진학했다. 바이는 자신의 연주만큼이나 음악이력이 복잡한 반면, 기타리스트로서의 척도가 되는 솔로앨범은 의외로 여덟 장 밖에 없다. 24살에 공개했던 충격적인 데뷔앨범 [Flex-Able](1984)은 비평가와 기타전문지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당시 자주 언급된 ‘The Attitude Song’은 일렉트릭 기타가 지닌 발전가능성을 무한하게 펼쳐놓은 역작이다. 어쩌면 뒤늦게 진행된 솔로활동보다 스티브 바이의 기타세계가 더 빛을 발했던 시점은 밴드소속의 음반들이었다.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과 이뤄냈던 앨카트라즈(Alcatrazz)의 두 번째 앨범 [Disturbing The Peace](1985)와 데이빗 리 로쓰 밴드(David Lee Roth Band)의 [Eat 'Em And Smile](1986)은 솔로 데뷔앨범과 더불어 바이의 기타를 연구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할 양대 교본이다.


The Story Of Ligh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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